문집 한마음


(문집글) 풀을 통해 느끼는 사람의 기운

한마음야학 관리자
2014-07-15
조회수 148
야학으로 가는 서대전역 가까이 대전지방병무청앞 버스 정류장에는 주 2~3일 채소를 파시는 힘 있는 어르신이 계신다.
어제 내가 그 곳에 다다르며 어르신이 오늘 나오셨을까 목을 길게 뻗어 살폈다.
'어~ 천원'
어르신이 보이고, 당신이 파시는 채소를 홍보하시는 힘 있는 목소리를 내신다.^^

반가움에 걸음이 빨라진다.
'어르신의 상추를 먹으면 기운이 나요. 상추 주세요. 열무도 주세요. 열무 비빔밥 해 먹을 거예요. 제가 공부중인데 어르신이 제게 힘이 많이 되고 있어요.' 하자 손을 내미신다.
내 손을 꽉 잡으신 어르신은 손에 힘이 대단하시다.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신다. 고등학교 공부를 한다고하니
밝은 얼굴로 힘 있게 응원을 하신다.
기운이 청년이신 어르신이 담아 주시는 구멍난 열무와 상추를 들고 야학으로 가는 손에 힘이 생긴다.

야학에 도착해 짝꿍 학우에게 할아버지에게서 산 열무를 자랑했다.학우는 마당에서 땄다며 깻잎을 준다.
나에게 주려고 한 잎, 한 잎 땄을 학우의 정을 느끼며 먹어봤다. 향긋하고 좋다. 여러 장을 계속 먹으니 앞에 앉은 학우도 깻잎을 먹겠단다. 먹으며 기분 좋아한다.
깻잎을 준 학우는 집에 가서 씻어서 밥 싸먹으라고 한다.
수학과 국사를 공부하는 동안 기분이 좋다.

야학에서 돌아온 밤 11시.
열무를 숭숭 썰고 고춧가루, 들기름, 조선간장만으로 양념된 간장을 넣고 비볐다.
학우가 준 깻잎과 어르신에게서 산 상추를 포개고 조선간장에 비빈 열무밥을 쌈쌌다.
입을 크게 벌리고 볼신볼신 먹었다.
기분이 꽉 찬 느낌이다.
어르신의 기운과 학우의 정을 함께 먹는 행복이 좋다. 행복한 기운을 안고 잠 들었다.

오늘 점심에 열무 생각이 또 난다.
열무를 썰어 어제 해놓은 양념간장을 넣고, 들기름과 날된장을 한 숟가락 넣고 비볐다.
조선간장과 된장의 감칠맛과 열무의 약간 거칠음이 먼저 입안에서 느껴지고 뒤이어 열무의 상큼한 즙이 느껴진다.
입안을 가득 채웠던 밥과 열무가 점점 부드러워지면서 양이 줄어든다. 꿀꺽 삼켰다.
아! 행복함이여.

이렇게 촌스런 밥에 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글을 쓰는 지금 행복감에 목이 메인다.
행복이 멀리 있지도 거창한 동작도 아니다. 풀을 전하는 어르신과 학우의 손길에 난 잠시 행복한 울음을 울어본다.

이 풀밥 먹고 나는 8월 6일에 있을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할거다.
허리가 굽어 아래로 볼록한 이차함수 그래프같은 할아버지에게서 기운을 느끼는 것은 부모님이 다 못 하신 정을 느끼려함일까?
내 행복한 재산이 또 조금 늘었다.

(딸을 위해 만든 깻잎 장아찌와 구멍난 열무가 행복을 주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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