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나눔 공간


(문집글) 야학 가는 길

한마음야학 관리자
2014-07-16
조회수 199

야학 등하굣길 나는 반석역에서 서대전역까지 지하철을 탄다.
반석역은 출발역이라서 맘데로 자리를 골라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가장 뒷칸에 앉는다.
이 자리는 서대전역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에 좋은 자리이기도 하다.

자리에 앉는데로 가방을 열어 지난 수업분을 읽거나, 오늘 수업분을 꺼내 읽는다.
기억하기 어려운 것은 다시 읽으려 연필로 체크해놓고, 중요한 부분들도 표시해둔다.
특히 기억하고 싶은 단어에 동그랗게 표시해놓으면 글이 동 떠오르는 느낌이라 좋다.

반석에서 서대전까지 가는 동안 지하철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린다. 내 옆 자리가 비었다, 채워졌다를 반복한다.
건너편 사람이 내가 읽는 책 겉표지에 눈이 와 있거나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프린터물을 유심히 보는 사람도 있다.
집중해 있는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함인지, 무언의 지지인지 바라만 볼 뿐 반응하지 않는다.
지하철의 특성상 떠드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도 신기하게 집중이 잘 된다.
이유를 모른다.
편함도 있다.
고로 지하철은 내 자습실이다.

집에서보다 지하철에서 더 집중이 잘 되는 나는 거의 항상 그렇듯 서대전 지하철에서 내려 긴 엘리베이터를 오르면서도 프린터물을 읽고,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읽는다.
어느 여성분이 말을 건다.
'뭐하세요?'
'공부해요.'
'무슨 공부요?'
'중학교 졸업한 지 36년만에 학교에 다니는 여고생이예요.'
'나이 먹어서 무슨 공부를 해요? 그냥 편히 살지.'
'공부하니 재밌는데요. 뇌가 예뻐지니 얼굴도 점차 예뻐지고요. 총기가 점점 생겨나요'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얘기를 계속했다. 야학의 위치를 알려드렸다. 엘리베이터에 탄 연세높으신 어르신이나 주변인들중에서 공부가 필요한 이에게 정보가 되라고.

그 다음 날 서대전역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프린터물에 심취해있는데
'오늘도 학교 가요?'
엥? 누가 이 역에서 내가 학교 가는 걸 아는 사람이 있지? 싶어 고개를 드니 어제 그 여성분이다. 이 날 역시 '나이 먹어서 뭐하러 공부를 해요?'라고 하면서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을 한다.

응원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트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늘 서 있는 경찰차가 보인다.
교통의 흐름을 원할이 하기 위해 경찰이 교차로에 서서 기계를 작동한다.
매번 경찰차와 경찰이 반가운 건 뭘까 생각을 해봤다.
지은 죄가 없으니 경찰이 무서울리 없고 경찰 덕분에 내가 보호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우면서 매연에 덥고, 목 마르겠다 언제 얼음 물을 한 병 갖다 주고 싶다 생각는동안 녹색 신호가 바뀌어 부지런히 걷는다.

반석동 집에서 수업 시간을 한 시간 남짓 여유를 두고 나오면 편한데 늘 촉박하게 다닌다.
서대전역을 지나서 걷다보면 내게 큰 좋은 영향력을 주셨던 분의 사무실을 지난다. 고개를 숙여 절하지는 않지만 감사한 기운을 그 분께 보낸다.
그렇게 여러 걸음을 걸으면 허리가 포물선처럼 꼬부라지셨는데 허리를 펴고 걸으시게 되면 양팔이 등뒤에서 움직이는 흡사 펭귄처럼 걸으시는 노인을 만난다.
내가 야학 가는 길에 가장 보고 싶어하는 어르신이다.
박스를 찢어 싸인펜으로 쓴 메뉴표를 길바닥에 놓으셨다.
상추 천 원, 근대 천 원, 열무 이천 원, 사천 원 등등.
힘 있는 목소리로 당신의 상품의 안정성과 맛을 홍보하시는 자부심이 정말 멋지다. 배우고 싶다.
난 이분의 채소를 종종 산다.
일을 많이 하고 본인 몸을 못 돌본 농촌의 아버지 중 한 분 같은 느낌이다.
꼬부라진 허리가 보통 아프지 않으실텐데 아픈 내색은 전혀없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시는 어르신에게서 강한 힘과 자신감, 자신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려는 노력을 배운다.

어르신의 반가운 기운을 느끼고 야학이 보이는 횡단보도에 다다르면 야학 처음 다닌 지 며칠만에 본 여성분이 매번 떠오른다.
짧은 반백의 생머리에 화장하지 않은 얼굴, 수수한 남방, 면바지에 편안한 낮은 신발을 신으신, 얼굴엔 편안하고 고상한 품격이 흐르는 여성분을 뵌 적이 있다.
어찌 살아오셨을지가 보이는 듯한 느낌에 '나도 저 분 답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던 기억이 매번 그 횡단보도에서 떠오른다.
고등학교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듯 느껴지는 가파른 구식 계단을 몇 개 오르면 내 치료실이 나타난다.
주중 매일 두 분의 치료자가 내 삶의 일부분을 치료해주신다. 화요일엔 세 분의 치료자가 등장하신다.
시험 날이 다가오니 선생님들께서 자진해서 시간을 내신다.
우리들의 합격을 위해 보강하시려고 선생님들은 토요일의 달콤할 휴식을 뒤로한채 열정의 강의를 하시겠단다.
내 삶의 공부 부분에 대한 치료자들이신 교장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그리고 여러 선생님 덕에 나는 점차 뇌를 충실히 채워간다.

집에서 딸의 응원을 받고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기운들을 얻는다.
학교에는 여러 선생님의 기운 어린 말씀과 함께 학우들이 서로가 응원이 돼 주기에 나는 행복한 시간 속에 있다.
야학 다니기 직전 자른 짧은 머리가 쑥스러워지지 않도록 시험 직전까지 힘을 낼거다.
집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지고 공부를 잘 않는다. 그렇다면 지하철을 종일 타고 다니며 공부를 해? 아니면 노은도서관에? ^^
어쨌든 환희에 찰 고교합격증을 받을 날을 위해 열심히 산다

어제 교감선생님께서 시험장에 갖고 갈 노란 응시원서를 나눠주셨다.
시험 잘 쳐서 합격의 도장을 '쾅' 받고싶다.
합격증 받는 날 웃다가 울어도, 또 웃어도 놀리기 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