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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때문에 학교에 못 다니게 된 아이

한마음야학 관리자
2017-12-15
조회수 74

'구구단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이 있어요.'라며 학생들에게 구구단을 가르칠 것을 교감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교실에 가니 크고 굵은 글씨로 A4 넉 장에 구구단이 인쇄 된 것이 책상마다 놓여 있다. 구구단표를 본 학생 중 한 명이 말한다.

'난 구구단 땜에 학교에 못 다녔어요. 구구단 못한다고 선생님이 얼마나 때리던지...
나중에 그 선생님 (멱살을 쥐는 모션을 취하며)멱살을 잡으러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 늙어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아! 학교에 못 다니게 된 계기가, 때리는 선생님이 무서워서였구나가 확인 되는 순간이다.
살면서 공부 못한 갑갑함이 얼마나 많았으랴. 까막눈의 갑갑함이 분노로 바뀌어 올라올 때 그 교사에게 분노를 터뜨리러 가고 싶었던 심정이었던 것이다.
한글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운전면허증을 따느라 고생한 얘기를 하며 여러 개의 면허증을 딴 것을 자랑스레 다른 학생들과 내게 보여 준 학생이다.

구구단의 의미부터 말해 주었다.
2x1=2 이것은 2가 한 번 있다는 뜻이고, 2x2=4 이것은 2가 두 번 있다는 뜻이다, 2x5=10은 2가 다섯 번 들어 있으며 2+2+2+2+2=10과 같다, 덧셈식일 때 이렇게 긴 것을 간단히 줄여서 쓰고 계산할 수 있는 게 곱셈식임을 말해 주었다. 이렇게 말해 주니 학생들의 표정이 신기한 듯 좋아 보인다.
2x0=얼마일까요?라고 물으니 0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한 명 있다. '구구단 때문에 학교에 못 다니게 됐다는 그 학생'이다. 칭찬을 많이많이 해 주었다.

한글 수업을 한 후 구구단을 2단부터 9단까지 내가 먼저 읽고 학생들이 따라 읽었다.
한글 수업 때,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힘든 것을 호소했던 학생(가장 한글을 잘 알고, 무지개반에서 용기가 가장 큰 학생)에게 앞에 나와 구구단을 읽으라고 했고, 난 그 학생의 책상에 앉았다. 그 학생이 먼저 구구단을 읽고, 나와 학생들이 따라 읽었다.
출석한 일곱 명의 학생들에게도 구구단을 혼자 읽게 하고, 우리 모두 따라 읽었다. 이렇게 하는 건 자신감을 주기 위함이다.

매번 수업할 때 구구단을 읽자고 말했다.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자꾸 읽으면 몸이 저절로 기억한다고 했다.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어 주고자 함이다. 학생들이 좋아한다.

다음 수업 때, '구구단 땜에 학교를 못 다니게 됐던 학생'을 특히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구구단으로 시작된 공부에 대한 한이 지금이라도 풀려 9살, 10살 무렵의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고, 자신을 까막눈으로 살게 만든 교사에 대한 분노를 풀어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게.

학생을 때린 교사는 학생이 학교를 그만 둘만큼 큰일이라고 생각이 안 됐을 것이나 학생은 그것이 학교에 못 갈만큼 큰일이었던 것이다.
나의 어떤 행위가 남의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며 잘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두 살 많은 동급생들이 때려서 그들의 무서움에 학교에 못 갈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도 엄마가 달래거나 혼내서 학교까지 수없이 데려다 주셨다. 그 덕에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다.
위의 남학생이 경험한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내가 경험한 두려움과 같다.
이 학생에게 우리 교실에서 구구단을 잘할 수 있는 학생으로 용기를 주어 학생들에게 구구단 읽기를 리드하는 학생이 되도록 도와야겠다. '구구단 선생님'이 탄생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