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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이젠 정면으로 본다

한마음야학 관리자
2017-11-17
조회수 56

제목: 이제 정면으로 본다

목요일, 야학 수업을 마치고 휴대폰을 보니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와 있다. 걸어 봤다.
'순덕이가? ㅇㅇ다.'
'응. ㅇㅇ가? 반갑다.'
'니 와 전화 안 받었노?'
'수업했다.'
'무슨 수업.'
'한글 수업.'
'와! 니 멋지다.'
.
.
'니 대학교 등교할 때 난 중졸인 채로 일하고 있었고, 당황해서...'
.
.
중학교 졸업 이후 처음 연락이 닿은 중학교 동창과의 전화다. 며칠 전 sns를 통해 짧게 얘기를 했고, 드디어 통화도 길게 했다. 일하는 모습(사실, 진학 못한 모습)을 친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너무나 애썼던 스무 살... 그 장면이 사진을 찍은 듯 뇌리에 박혀 있던.

난 이 친구로부터 기죽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는데, 이 친구에게도 중학교 때 집안의 몰락으로 암물했고, '가고 싶은 학교'가 아닌 '갈 수 있는 학교'에 간 아픔이 있었단다. 난 친구의 속내를 모르고 친구의 겉모습에 내 아픔만 생각했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 밴드에 며칠 전에 가입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암울했던 청소년 시기와 직면하기 힘들었던 거다.
그래서 중학교 동창들을 찾아 보지 않았다고.
중학교 때의 내 목소리를 기억한다고 하고, 내가 순진했다고 하고, 나랑 친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친구는 내가 시간이 될 때 나를 만나러 대전에 오겠단다. 만나자. 우리 야학 자랑도 하자. 학습 봉사가 얼마나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있는 지도 자랑하자.

내가 중학교 동창 밴드에 가입한 건 2014. 9. 27.
야학에서 공부하여 검정고시로 고교 합격증을 받은 직후이다. 고교 졸업이 동창 밴드에 가입할 용기를 줬다. 내가 가진 학업의 아픔 때문에 동창 밴드에 가입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못 왔노라고, 이제사 왔노라고, 친구들은 기억 못할지라도 너희들에게 고교 진학 못하고 돈 벌러 간 친구로 가슴에 오래 남게 해서 미안하다고...

친구와 내가 부모의 경제적인 이유로 공부에 아픔이 생겼고, 친구는 친구의 방법으로, 난 나의 방법으로 승화해 가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눴다. 내 아픔에 취해, 친구는 아픔 없이 학업을 누리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구나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끊어졌던 아니 나 스스로 끊었던 인연을 공부가 잇게 해 주고 있다.
공부, 참 많은 기쁨을 준다. 앞으로 다가 올 기쁨과 만들어 갈 기쁨도...
정말 좋다!